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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문화예술인 재능기부 현장을 가다-‘직장인극단 D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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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충장22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12-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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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최초의 직장인 연극단체 ‘직장인극단 DL’이 창단 20주년을 앞두고 예술을 통한 나눔과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이어가며, 연극으로 삶의 의미를 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직장인극단 DL’은 지난 2007년 연극배우이자 극단 연인의 대표 김종필 씨가 창단한 아마추어 연극 단체다. DL은 ‘Dramatic Life’의 약자로, 극적인 삶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모여 연극 무대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단 이듬해인 2008년 1월 ‘굿 닥터’를 시작으로 2025년 7월 ‘베니스의 마녀’까지 총 23회의 정기공연과 5회의 워크숍 공연을 진행하며 지역 문화예술계에 꾸준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장흥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 중인 김현중(51) 씨가 단장을 맡아 극단을 이끌어 오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댄스부 활동을 했는데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 2008년 입단하게 됐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직업 특성상 스트레스가 많지만, DL은 저에게 놀이터 같은 존재다. 연극을 통해 마음의 균형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DL은 연극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함께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병원 원장, 수의사, 대학 강사, 공무원,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퇴근 후 모여 연극 무대를 함께 만들어간다. 연극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에 따뜻한 기부까지 실천하는 ‘이타적인 예술인’들이다.

관람료를 받지 않는 무료 공연을 원칙으로 하며 관객이 느낀 감동만큼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감동후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후원금은 전액 아동보육시설 ‘일맥원’에 기부된다.

2024년에는 365만 원, 2025년에는 23회 정기공연을 통해 224만 원을 기부했으며, 오는 12월 열정무대 수익까지 더해 올해 총 400만 원 이상의 기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단원들은 회비를 통해 극단을 자발적으로 운영하며 연 2회의 정기공연 외에도 워크숍, 연극제, 지역 축제 등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DL은 광주광역시와 광주문화재단의 생활예술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비 일부를 지원 받고 있다. 또 광주동구청과 광주동구문화관광재단, 충장22문화사업단의 생활문화동아리 공간나눔사업을 통해 연습 공간을 제공받아 단원들의 부담을 덜고 있다.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연극인의 삶을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대본 선정부터 공연까지 약 5개월의 준비 기간과 2개월간의 집중 연습이 필요하다. 발성과 호흡, 감정 표현, 무대 움직임 등 생소한 작업을 익히는 과정은 직장생활 못지않게 고되지만, 단원들은 연극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작은 쉼표’를 얻는다고 말한다.

김용현(29) 단원은 수의사로 일하며 춤 동아리 활동을 하던 그는 무대의 매력에 빠져 DL에 입단, 2년째 활동 중이다. 그는 "공연이 단순한 놀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다"며 "이타적인 단체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신입 단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DL은 작품 선정부터 대본 각색, 연출, 무대 설치까지 모든 과정을 단원들이 직접 맡는다. 박정민(50) 연출은 1기 창단 멤버로, 최근에는 배우에서 연출자로 전환해 무대 뒤에서 단원들을 조율하고 있다. 그는 "배우로 무대에 섰을 때는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연출은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며 "각자의 개성과 색깔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무대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특히 고전이나 명작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우리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2025년 광주국제평화연극제 단막극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245 Salon’은 DL이 직접 창작한 작품이다. 전일빌딩에 남겨진 245개의 총탄 자국을 모티브로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담아낸 이 작품은, 광주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내고자 하는 극단의 진심이 담긴 무대였다. 전일빌딩은 과거 DL의 연습실이기도 해, 이 작품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DL은 오는 12월 6일과 7일, 궁동예술극장에서 열정무대 ‘비행기 왕, 조 아저씨’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서 밀러의 사회비판극 ‘모두가 나의 아들’을 DL만의 시선으로 각색한 이번 작품은 전쟁과 가족, 인간다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2026년에도 DL은 신입단원 연기 워크숍(1월 8일까지 모집)을 시작으로 정기공연, 연극제, 지역축제, 열정무대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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